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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의 세상스케치

거리의 아이들 2 - 폭주하는 아이들

 

“돈 벌고 싶어요. 오토바이 사게...”

벚꽃과 오토바이
벚꽃과 오토바이 by 어정쩡한 포토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요즘 중학교 남학생들에게 있어 오토바이는 그야말로 로망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달리고 싶단다.

뭔가 멋져 보이고, 달리다 보면 속이 ‘뻥’뚫리는 것 같은 희열이 느껴지는 오토바이... 

아이들은 지금 너나없이 돈을 모으고 있다. 중고 스쿠터라도 사서 어디론가 마냥 달리고 싶다. 이런 아이들의 로망을 가장 빨리 알아차린 어른들은 전단지뿌리기, 문화상품권 모아팔기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 힘겹게 한두 푼 모은 쌈지 돈을 ‘대포오토바이’로 쉽게 가로채고 만다.

청소년들에게 거래되고 있는 대부분의 대포오토바이는 20만원~30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지만 양도증명서도 매매계약서도 영수증도 없이 현찰박치기를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어떠한 거래 내역도 거래 증거도 없이 유통되고 있고,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고 있어 정확한 판로를 알 수 없다.

그러다보니 오토바이 사고라도 나게 되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굳이 사고가 아니라 헬멧만 쓰지 않고 단속에 걸리기만 해도 큰 낭패다.

헬멧 미착용 2만원, 무면허 30만원, 거기에 대포오토바이일 경우엔 일이 대책 없이 커진다.

그리고 대부분이 무보험이라 사고라도 나면 정말 속수무책이 돼 버린다. 아이들의 로망을 어른들의 이기적인 상업주의가 무참히 짓밟는 순간이다.

이 모든 책임은 청소년에게 떠 넘겨지고, 보호자에 의해 수습되거나 이도 아니면 몸으로 때우는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토바이로 인해 보호감찰명령을 받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는 대포차로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도 이런 사정을 알고는 있지만 이미 로망이 되어버린 오토바이를 포기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런 편법들에 무방비로 당하는 것은 감수해야 하는 일, 나에겐 일어나지 않으면 되는 일이라는 단순함으로 덮어버린다. 그러다 이런 일이 내 일이 되면 ‘재수 없다.’, ‘쩐다. 쩔어.’, ‘부모님한테 얼마나 시달리면 될까?’의 말로 억울함을 삭이고 만다. 이미 저질러진 물이니까.

정부는 폭주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만 되풀이한다. 단속과 처벌만 강해질 뿐 왜 이들이 목숨을 건 질주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세상은 이들에 대해 궁금해질까? 

몽당연필 선생님은 지난 10여년간 여러 공간에서 청소년들과 만나는 일들을 해 왔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몽당연필의 세상스케치'에서는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