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뿅탔나봐요.”
갑작스럽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을 아이들 말로 “뿅탔다”고 한다.
가출과는 구분되는데,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흔적 없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일이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 이상도 간다.
채팅방에도 들어오지 않고, 핸드폰도 받질 않는다. 같이 노는 친구들에게조차 말하지 않고 나가기 때문에 연락 두절은 기본이다. 그래서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연락할 길이 없을 때 아이들은 ‘뿅탔다’고 한다.
뿅탄 아이들은 어디에서 뭘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대부분 뿅타면 집과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차를 훔쳐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생활을 위해 절도는 기본이고, 훔친 차로 이곳저곳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달린다.
과속에 음주 운전에 무면허, 차량절도.... 경찰단속에 걸리기라도 하면 엄청난 범행들이 한꺼번에 굴비 엮듯이 엮여진다. 그러다 보니 초범일 경우는 보호관찰에 머무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소년원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왜 갑작스럽게 뿅타는 것일까?
죽고 못 사는 친구들한테도 말하지 않고, 모든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하는 것일까?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답답하니까?”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했었다. 그러던 아이들이 왜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소위 ‘삐딱선’을 타게 되는 걸까? 중학교 1학년까지는 새로운 학교라는 긴장감과 낯설음에 적응하기 위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별로 없고, 부모님들도 중학생이라는 새로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2학년이 되면서 익숙해진 학교생활 속에서 아이들은 일탈을 꿈꾸게 되고 부모님들도 조금은 느슨하게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정불화나 이혼, 맞벌이 등으로 부모들이 아이들의 생활을 세심하게 보살필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어디에도 정붙일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에게 더 집착하게 되고 밤늦도록 놀아도 대충 거짓말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신경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믿는 것이다. 매일 늦게 잠을 자다보니 아침에는 늦잠을 잘 수밖에 없고, 학교에 지각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부모와의 관계도 나빠지고, 학교생활에도 부적응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래도 어리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신경을 써주시던 부모님 그러나 중학생이 되면 세심한 배려보다는 학교성적에만 집중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홀로 방치되는 아이들이 빠르게는 초등학교 저 학년 때부터 시작되지만 중학생이 되면 그 숫자가 배로 늘어나게 된다.
조금만 주변에서 말을 걸어주고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만 보여준다고 해도 아이들은 뿅타러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성적표의 숫자만큼이나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을 무겁게 짓누르는 가방의 무게를 함께 나누려고 한다면 아이들이 뿅타다가 소년원으로 가는 행은 적어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몽당연필 선생님은 지난 10여년간 여러 공간에서 청소년들과 만나는 일들을 해 왔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몽당연필의 세상스케치'에서는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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