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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의 세상스케치

식판탈출, 맛있는 학교급식에 관한 상상


학교점심시간.
교내식당이 있는 경우 식당에 내려가 밥을 먹지만 눅눅함과 쾌쾌함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이마저도 없는 학교에선 방금 전까지 공부하던 책상에서 밥을 먹는다.
학교급식을 먹는 그릇은 무쇠로 만든 식판이다.
깨지지도 않고 세척하기도 간편하고 삶기에도 편리한 식판.
그러나 식판은 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배급을 받는, 일종의 책임량을 정해 해치우는 형태인 셈이다.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음식의 맛뿐만이 아니라 누구와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
건강권을 위해 요즘 친환경무상급식을 이야기 하지만 진짜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맛있는 기분이 들게하는 공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햇볕이 화사하게 드는 통유리창에 원형 식탁, 깔끔한 식탁보와 의자, 가운데 조화라도 한송이 담긴 꽃병하나만 있더라도 아이들의 급식은 행복한 밥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식판이 아닌 밥공기와 반찬그릇, 국그릇 등 쓰임새에 맞는 그릇들에 음식을 담아 친구들과 얼굴 맞대고 밥을 먹을 수만 있어도 학교에서 점심시간은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여기에 욕심을 좀 더 부린다면 날 좋은날엔 밖으로 나가 피크닉기분을 낼 수 있는 야외 식탁도 마련된다면, 거기에 행복한 음악과 조명까지 함께 어우러진다면, 하나 더해 골라먹는 재미까지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군침도는 점심시간이 될것이다.

가축을 사육하는 것도 아닌데 편리성과 효율성만으로 학교 급식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군침돌고, 맛있고, 행복한 한끼 식사를 학교에서 매일 친구들과 수다떨며 먹을 수 있다면 이것 만으로도 존중의 문화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혼자 할당량을 먹어치우는 급식이 아니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웃음을 나누는 밥상공동체문화가 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하지 말고, 오늘 당장 식판부터 버리고,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바꾸면 아이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그릇에 담긴 음식들을 나누며 시작하지 않을까?

몽당연필 선생님은 지난 10여년간 여러 공간에서 청소년들과 만나는 일들을 해 왔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몽당연필의 세상스케치'에서는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