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몽당연필의 세상스케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됩니다.

한해 한해 몰라보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마음도 몸 만큼 빨리 자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너무 빨리 자라면 뭔가 탈이 나도 나겠지만...

아이들과 활동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사회는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서 사람됨보다는 얼마를 벌 수 있는 상품이 되느냐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죽음은 사회로부터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마을에서 한 고등학교 아이가 죽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적을 비관해 죽음을 선택한 그 아이의 이야기는 반년이 넘도록 지역사회에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의 죽음을 단도리라도 하는 냥, 학교에서는 시험이 끝나는 날 "자살예방"이라는 가정통신문 한 장을 아이들 손에 쥐어주고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자살하지 말라는 종이 한장이 전부인 아이들의 현재적 삶이 하루하루 더 힘겹기만한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뭐 하나 변변하게 해주지도 못하면서 하루하루 마음만 여미는 일도 여의치 않은 것이 청소년활동 현장인 것 같습니다.

그 어느때 보다 풍요롭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빈궁해지는 지금. 부모님들은 먹고 사는 일에 전부를 걸고, 아이들은 군소리 없이 그냥 학교와 집, 학원을 오가면서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한숨과 푸념만 땅꺼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 또 무심한 하루시간을 쪼개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런 저런 실천들을  해봅니다. "미친 짓이야." 라고 말해도... 그 미친 짓이 아이들에게 작은 자극이라도 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이라도 가지면서...


세상사는 일이 물흐르듯이 흐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지만 물이 흐르는 일도 그냥 되는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고여있지 않고 흐르기 위해서는 작은 돌멩이와 마주했을 때에도 당당하게 부딪쳐서 산산이 부서지지 않으면 넘어갈 수 없고, 가파른 언덕을 마주하면 언덕을 넘기 위해 많은 물이 모여 서로를 넘겨 주어야 하고, 절벽과 만나면 유속을 빨리 해서 힘차게 떨어져야 하고...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감내해야만 물은 흐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만나게 되는 이런 고비고비마다 물처럼 함께 흐를 수 있다면, 그런 함께함을 몸으로 느낄수만 있어도 아이들이 죽음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함께 힘을 보태고 마음을 보태는 일, 그것이 결국엔 아이들의 마음을 성장시키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한명이 죽었네"가 아니라 " 또 한명의 아이의 손을 어이없게 놓치고 말았다"고. 마음아파하며 아이들의 현재의 삶을 돌아볼 수만 있어도 세상을 향한 아이들의 마음은 지금보다 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또 한명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손을 놓칠 지 모릅니다. 자신의 주어진 생명을 스스로 중단하지 않도록 뭐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손을 오늘 하루 꼭 잡아주세요. 아이들의 따뜻한 생명의 온기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줄 거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꼭 껴 안아 주세요. 슬픔의 눈물을 흘릴때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온몸으로 그 슬픔을 와락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것이 지금 아이들의 절망을 이기게 할 힘이라고 믿습니다.

몽당연필 선생님은 지난 10여년간 여러 공간에서 청소년들과 만나는 일들을 해 왔고, 지금도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몽당연필의 세상스케치'에서는 몽당연필 선생님이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겪는 고민과 생각, 그리고 우리 청소년들의 아픔을 풀어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