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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의 세상스케치

거리의 아이들1 - 퇴학은 사라졌지만 유예되는 아이들

 

2002년부터 실시된 중학교 의무교육화로 퇴학이 사라졌다.

대신 '유예제도'라는 것이 있다. 즉, 부득이한 사유(질병, 장기입원)가 있을 경우나 3개월 이상 장기결석자의 경우 정원 외 관리로 학적을 처리해 진급대상에서 제외시켜 다음해에 재학하여 계속 교육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유예’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일종의 유급제도인 셈이다.

유예제도로 학교를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잦은 결석이나 소위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에게 학교 다니지 않는 방법으로 장기결석을 선택하게 만들기도 한다.

학교를 갈 수 없는 유예된 아이들이 갈 곳은 없다.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곱지 않은 어른들의 시선은 이들을 더욱 위축되게 만든다. 주로 PC방에 죽때리고 앉아 게임에 몰입하던가 아니면 집에서 무위도식하면서 하교시간까지 보내다 학교가 끝날 무렵 학교근처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 함께 노는 것이 고작이다.

또한 중학생이기 때문에 알바 써주는 곳도 없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전동기 면허증도 만 16세가 되어야 딸 수 있기 때문에 배달일도 사실은 불법이다.

집에서도 대부분 내놓은 사람 취급하기 때문에 궁핍한 일상을 보내야한다. 그러다 보니 돈을 구하기 위해 초등학생 삥뜯기, 차털이, 가게에서 훔치기 등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하게 되고, 경찰에 붙잡혀 보호감찰 6개월에서 2년까지. 그러다가 소년원까지 가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무리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 폭력의 타켓이 되기도 하고, 원치 않는 일에 개입되기도 한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아이들은 거리를 방황하면서 술과 게임, 유희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도 사람으로 봐주지 않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매일 매일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학교에 복학했을 때도 나타난다. 같은 학년보다 한살 더 많은 데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또다시 유예되어 거리로 돌아오는 아이들도 많다.

이 아이들이 마음을 둘 수 있는 거처가 시급하게 필요하다. 자신들의 잃어버린 꿈을 찾고, 희망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곳, 사람으로 봐주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마음껏 조잘 거릴 수 있는 이들만의 아지트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다.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거리로 내몰리는 아이들을 보듬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몽당연필 선생님은 지난 10여년간 여러 공간에서 청소년들과 만나는 일들을 해 왔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몽당연필의 세상스케치'에서는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