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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 이야기

11년이 지나서 본 '교사의 권리, 학생의 인권'







1999년에 <교사의 권리, 학생의 인권(사계절 출판사)>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당시에는 전교조가 합법화된 직후였고, 학생인권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의미하는 말로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인권>이라는 말을 뽑았습니다. 이 두 가지가 지켜지면 우리나라 교육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권리나 인권은 '법'하고 관련이 있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교육과 관련해서 '보수'적인 의견을 가진 분들의 문제는 '법'에 대해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가르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지 '질서, '권위', '복종'이런 단어들 밖에 모릅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영역에 법치주의가 적용되어야 하듯이 교육에서도 법치주의는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권리나 학생의 인권도 법에 근거없이 침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법이라는 분야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법에 대해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법을 알면 권리와 인권을 주장할까봐 그런 모양입니다.

교사 양성과정에서도 교육법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교사가 된 다음에도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육은 마치 법과 무관한 영역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를 '관료행정'이 파고 들어와 있습니다. 법이 힘을 못쓰니 행정권력을 쥔 교육부 관료, 교육청 관료, 교장이 힘을 쓰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개혁의 출발점 중 하나는 교육에서도 법치주의가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치주의가 되려면 교육의 주체가 자기 권리를 아는  데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11년전에 <교사의 권리, 학생의 인권>이라는 책을 썼던 것입니다.

어쨌든 이제 책이 나온 지 11년이 지났습니다. 내용을 보면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는 내용들도 눈에 많이 띕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똑같은 부분도 있습니다.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법보다는 힘과 관행이 중요합니다. 교육부, 교육청, 교장들의 힘은 여전하고 교사들은 여전히 관료행정의 말단에서 시달리고 있습니다.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교사, 인권을 무시당하는 학생은 교육이 안고 있는 모순의 희생자들입니다.

그래서 <교사의 권리, 학생의 인권>의 전면 개정판을 써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으름이 가장 큰 장벽이겠지만, 한번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1999년 당시에 책의 
앞 부분에서 썼던 이야기를 아래에 붙입니다. 

교육의 영역에서 법이 순기능적 역할을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교육현장의 비민주성, 비합리성을 없애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현장의 민주화,합리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사의 권리와 학교운영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의 권리가 실현된다는 것은 단지 교사의 근로조건이 좋아진다는 사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의 교사라도 단지 자신의 근로조건만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교사의 권리가 실현되어야 하는 것은 교육관료기구로부터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전문성이 존중되어야만 좋은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좋은 교육의 의미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 생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 보장이 좋은 교육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또한 학교운영이 투명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학부모의 알 권리 실현은 교육관료의 전횡이나 교사의 독선을 견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학부모의 알 권리 실현은 곧 학교운영이 투명해지는 것을 의미하고, 학교운영이 투명해져야만 학교현장에서도 교육관료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간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교사의 권리가 보장되고 학교 운영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그것으로 충분한가. 그렇지 않다.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가장 잊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학생의 인권이다. 학생의 인권에 대해서는 교사와 학부모 모두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

학생도 사람인 이상 인권의 주체인 사람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학생은 나이가 어리고 아직 교육을 받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인권에 있어서 일정 정도의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그 제약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합리적인 제약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현장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교육의 영역에서 법이 할 수 있는 순기능의 하나는 바로 학생의 인권에 대해 새로운 인식, 새로운 실천을 끌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