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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 이야기

힘든 시기,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려면?





1900년대 초반 무렵에 어느 흑인이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 '악마의 섬'이라는 무시무시한 곳으로 이송되고 있었습니다. '악마의 섬'은 빠삐용이라는 영화의 무대이기도 한 섬으로 남아메리카 적도 부근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무거운 죄를 선고받은 죄수들만 유형보내던 악명높은 곳으로 '악마의 섬'이라는 섬 이름이 나타나듯이 지옥같은 곳이었다고 합니다. 섬 전체가 감옥이고, 많은 죄수들이 죽어 나갔던 섬입니다. 

이 섬으로 보내진 이 흑인은 당연히 다시는 바깥 세상에 나온다는 기대를 버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를 태운 배가 망망대해에 이르렀을 때,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배에 불이 난 것이지요.

워낙 상황이 긴박했던지 죄수의 수갑도 풀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흑인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구조작업에 뛰어들어 10명의 목숨을 구해냈다고 합니다.


이 일로 그 흑인의 인생은 바뀌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면을 받게 된 것입니다. 사람의 인생이란 참으로 알 지 못할 일입니다.

이 이야기는 '빅토르 프랑클'이라는 오스트리아의 신경학자이자 정신과의사가 쓴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라는 책에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빅토르 프랑클'은 묻습니다. 만약 이 흑인이 배에 타기 직전에, '삶이 아직도 그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물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아마도 그 흑인은 그의 삶은 끝났고 삶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대답했겠지요. 그런데 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빅토르 프랑클'은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어떤 위대한 순간이, 유일무이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어떤 단 한번의 기회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빅토르 프랑클은 삶의 의미를 묻는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삶의 의미를 묻다니요? 물음은 오히려 삶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질문하는 것은 바로 삶입니다. 우리는 질문을 받는 자들입니다. 대답해야 하는 이는 우리입니다. 삶이 시시각각 던져오는 물음에, 즉 '삶의 물음'에 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입니다.

산다는 것은 질문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대답해야 하는 자들입니다. 삶에 책임지고 답변하는 것 말입니다.

이렇게 마음먹으면 아무것도 우리를 위협하지 못합니다. 미래가 있다 해도, 혹시 보이지 않는다 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현재가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현재가 우리를 향한 삶의 영원히 새로운 질문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때마다 우리가 어떤 기대를 받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미래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지는 알 필요가 없습니다. 알 수도 없지만요.


결국 '빅토르 프랑클'은 삶의 의미를 우리가 물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의 물음에 충실하게 답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빅토르 프랑클'의 삶 자체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빅토르 프랑클'은 그가 예로 든 흑인 못지 않은 극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의 문턱에까지 갔습니다. 그의 부모, 형, 아내가 수용소에서 죽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살아남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강제수용소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삶의 물음에 '예'라고 답했습니다.

나치가 1937년에 최초로 만든 강제수용소인 부헨발트에 수감되어 있던 작가와 작곡가가 지은 '부헨발트의 노래'라는 노래의 가사도 그것을 보여줍니다. 이 노래를 지은 작가는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런 노래를 지었다고 합니다.



오 부헨발트여, 나는 너를 잊을 수 없네. 
너는 나의 운명이기에.
너를 떠난 사람은 비로소 알 수 있으리.
자유가 얼마나 경이로운지를!
오, 부헨발트여, 우리는 통곡하지 않고 슬퍼한다네.
그리고 우리 운명이 무엇일지라도.
우리는 그럼에도 삶에 대해 '예'라고 말하려네.
언젠가는 그 날이 오리니, 그러면 우리는 자유로울 것이기에!

 

삶이 힘들고, 삶의 의미를 모르겠을 때에, 이런 구절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같습니다. 

삶의 의미는 누구에게 물을 것은 아닌 것같습니다. 내가 의미를 찾고 내가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같습니다. 활동으로 사랑으로 고뇌로......

ps. '빅토르 프랑클'의 책은 오스트리아 빈의 시민대학 강좌에서 '빅토르 프랑클'이 한 강연 내용을 엮은 것입니다. 연예인, 유명인사들 불러서 이야기듣는 수준의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시민대학과는 비교됩니다. '삶'을 주제로 한 시민대학이라니 멋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