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밀러(Alice Miller)라는 심리치료 전문가가 쓴 '사랑의 매는 없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어린시절의 체벌과 아동학대가 사람의 정신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 지에 대해 여러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스탈린과 예수의 성장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구 소련의 독재자였던 스탈린은 알콜중독자인 아버지의 외동아들이었다고 합니다. 어린시절 스탈린은 매일 아버지에게 심하게 두들겨 맞았고, 그의 어머니는 집을 자주 비워 그를 보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도 주먹을 휘둘렀다고 합니다.
스탈린이 당한 폭력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나 봅니다. 아버지의 폭력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스탈린은 커서 어른이 된 후에 편집증 증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목숨을 노린다고 하는 망상을 했다고 하네요. 그 결과 1930년대에 수백만명이 강제수용소로 추방되거나 처형을 당했다고 합니다.
스탈린이 어린시절에 그런 폭력을 겪지 않았다면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요.
히틀러 치하에서 많은 독일인들이 죄의식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는데 참여하고 협조한 것에 대해서도 앨리스 밀러는 나름의 해석을 내리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에 독일에서는 일부 교육학자들이 쓴 책이 대유행을 했는데, 그에 따라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을 복종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매를 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철석같이 믿고 따랐다고 하네요. 그렇게 양육된 아이들은 30년 뒤에 자기 아이들을 똑같이 키웠구요. 그래서 유대인 학살이 일어나기 3-40년 전에 태어난 아이들은 아주 일찍부터 폭력에 길들여져서 결국 히틀러의 공범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앨리스 밀러는 많은 독일인들이 히틀러의 학살에 공범자가 되었던 것은 어린 시절 받았던 교육의 결과라고 해석합니다. 잔혹한 폭력을 겪은 어린이들은 예속적인 인간이 되었고, 또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감성을 키우지도 못했다는 것이지요.
동시에 그들의 몸속에 저장되어 있던 분노는 다른 사람에게 터뜨릴 절호의 기회를 찾고 있었고 히틀러는 그들에게 속죄양을 제공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정 반대의 예를 들기도 하는데요. 그 예는 바로 예수에 관한 것입니다.
앨리스 밀러가 보기에 예수가 강인하고 의식적이고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현명한 인간으로 자란 것은 바로 예수의 성장과정에 비밀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를 탄생케 한 요셉과 마리아라는 이승의 부모는 예수를 섬김의 대상으로 여겼고, 당연히 단 한번도 예수에게 벌을 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는 부모에게서 지극한 존중과 사랑과 보살핌을 받았고, 그것이 예수의 풍부한 감성세계와 사유, 윤리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앨리스 밀러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분도 있겠지만, 저도 아이를 키워본 부모의 입장에서 여러가지 생각할 점들을 많이 얻었습니다.
이 책의 마무리에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사랑받은 아이가 사랑할 수 있다"
이 말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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