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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선생의 교육의 재발견

아름다운 배움을 꿈꾸는 청년,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네모선생

한 청년과의 우연한 만남

몇 달전에 서울대학교 어느 연구회에서 혁신학교에 관한 사례를 발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나는 덕양중학교에 관한 사례를 발표하였다. 발표를 하고 난 다음에 어느 한 청년이 "선생님께서 발표하신 멘토링 사례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측정된 것이 있습니까?"라는 도전적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은 없지만, 추후 경험이 쌓이면 객관적 데이터로 제시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나서 전화 연락이 왔다. 그때 질문을 던졌던 서울대 대학원생이라면서 한번 만나자고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미나실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서울대 대학원생 두명이 찾아왔다.

그들은 "시민섹터에서 사교육을 잡아보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생들이 초중고생들의 학습과 독서를 도와주는 멘토링 사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했다. 아울러, 단순 독서를 넘어선 청소년 리더십 운동을 함께 하겠다고 했다. 성의있게 만든 ppt가 인상 깊었다.

나는 뜻은 가상하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겁을 주었다. 그리고 이 사업이 더 잘 되려면 이런 점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들은 조금 더 고민을 한 다음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러다가 말겠지'

그런데, 몇 달 지나서 이들이 연구실로 다시 찾아왔다. 그 사이에 나름대로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았으며, 독서와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해 놓았다. 그리고, 기존의 멘토 사업을 검토하면서 자신들이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논의와 고민한 흔적을 가지고 왔다.




시민섹터에서 사교육을 잡아보겠다는 어느 청년의 꿈

그들의 문제 의식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 공교육에서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는 학습, 독서, 리더십 프로그램을 제대로 구현해보겠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는 한국형 리더십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많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진로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었다. 저가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통해서 멘토 사업을 충분히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관련 자격증을 이들은 36개를 확보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일종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이들이 여기서 좌절하고 실패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부터 우선 있는 돈을 털어 후원금을 냈다. 본격적으로 조언해주고,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을 이사장과 이사진으로 연결해주었다. 그리고 이들 자원이 학교로 들어가서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도록 교사들을 연결시켜주었다.

이후, 그 일을 추진하고 있는 고원형 학생이 내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선생님 우선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오늘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아이들 문제, 자금 문제로 정말 이리저리 고민이 많았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데, 시간을 좀 늦춰야 하나? 아직 내가 어리나? 등등 여러 고민들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만나 뵙고 난 오늘은 정말 기적같은 날이였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가 아니라, "뜻이 있는 곳에 기적이 있다" 가 맞는 하루였습니다. 저한테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감동이 가시지 않아, 울컥울컥 하는 것을 참느라 혼이 났습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다시 상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작은 변화, 작은 기적들을 모아 모아 큰 흐름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힘이 들면 잠깐 쉬더라도 절대 등 돌리지 않겠습니다."


나는 고원형 학생에게 많은 감동을 받고 있다. 내가 본 고원형학생은 리더쉽과 학문적 능력, 추진력, 서울대대학원이라는 간판이 있기 때문에 그가 마음만 먹으면 연봉 얼마 이상 받고 취업을 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판단을 한다. 실제 그런 제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그가 취업을 포기하고, 사람들을 모아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어찌보면 서울대라는 기득권을 포기한 것이다. 운영진 면면을 보니, 대단한 스펙을 가지고 있었다. 원우회 회장, 각종 리더십 프로그램 최우수상 실적 등등...

그런데, 그들은 그 스펙을 엉뚱한 곳에 쓰고 있었다.

취업도 안하고 이들은 왜 이 일을 하는가?

이들은 본격적으로 멘토링 사업을 확장하기 이전에, 두군데 학교를 중심으로 시범적 운용을 하고 있다. 우선, 멘토 대학생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현재 적용중인 프로그램에 관해서 양적, 질적 연구를 병행하여, 그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동시에 한국형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자체 워크샾과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조직을 체계화하기 위해서 세무서로, 시청으로 뛰어 다니고 있다. 조직 이름은 아름다운배움의 줄임말인 '아움'으로 정했다.

이들은 대학생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그들에게 도전한다. "우리들이 대학생이 된 것은 스스로 잘 나서가 아니라 많은 이들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았기에 가능해졌다. 이제 우리가 그것을 돌려 줄 때다."

운영진 중 어떤 학생은 '빨리 취업하라는 부모님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모습을 보는 주변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저들이 뭔가 바쁘게 사는 것 같기는 한데, 대학 나와서 빨리 취업할 생각 안하고, 참 만사태평이다'

요즈음처럼 취업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 교육의 사교육을 잡아보겠다는, 새로운 시민운동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한국형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저가에 보급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참 귀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원형 학생을 초빙하여 내가 활동하고 있는 어느 교사모임에서 리더십 강의를 맡겨보았다. 고원형 학생이 교사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자다가도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그 무엇인가가 있으십니까? 그 누군가가 돈과 명예라는 가치를 주어도 바꿀 수 없는 그 어떤 꿈과 비전이 저에게는 그것이 있습니다. 제게는 바로 '아움'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지금 어떤 것을 꿈꾸고 계십니까?"

아름다운 배움 홈페이지는 다음과 같다. http://www.beautifullearn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