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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대안/학생인권

학생인권 공약 내걸지 못하게 한 학교가 징계감


오늘 트위터에서 "학생인권 공약 내건 학생회장 후보는 징계감?"이라는 글을 보고, 출처인 한겨레신문 허재현 기자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허재현 기자 블로그의 글은 아래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hani.co.kr/catalunia/

내용을 보니, 경기도의 어느 학교에서 학생회장 선거를 하는데, 어느 후보자가 학생인권조례안의 내용을 담은 연설문을 작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생부장 교사가 연설문에서 그 내용을 빼라고 했나 봅니다.

그리고 학생이 일단 연설문에서 학생인권조례 내용을 뺐다가 다시 전단지를 만들어서 배포하자 학교 측이 학생에게 징계통보를 했다고 하네요.


이 사건에 대해서는 학생이 기사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아서 기사화가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학생회장 후보자가 아니라 학교쪽이 징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법에서는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호되며, 학교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그런데 공약에 어느 것을 '넣어라' '빼라'고 하는 것 자체가 학생자치활동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특히 학생인권에 관한 연설을 못하게 하는 것은 그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학교쪽에서는 “공약의 실질적인 이행 가능성을 평가하는 지도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하는데, 이런 해명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은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유권자들에게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약이 적절한지? 현실가능성이 있는지?를 교사가 판단해서 넣어라, 빼라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만약 어른들 선거를 하는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런 공약은 현실성이 없으니 빼라', '이런 공약은 적절하지 않으니 빼라'고 말한다면,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비록 아직 제정된 것은 아니지만,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경기도 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시책사업인데, 경기도 내 학교에서 이에 대해 언급을 못하게 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구요. 

그 학교가 어느 학교인지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 경기도내의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회장 후보자들이 학생인권을 공약으로 내걸어서 당선된 사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학생들이 학생인권이든 학생인권조례든 간에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 합니다. 누구나 생각하고 말할 자유는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학생들의 대표자를 뽑는 학생회장 선거에는 어른들이 가능한 한 개입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