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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들의 눈으로

밥상을 방사능에서 지키는 정치, 녹색당


 

“우리는 보편적 인권을 넘어 생활정치ㆍ소수자의 정치ㆍ녹색정치를 통해 소수자와 생명과 자연을 옹호합니다. 우리는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과 낙관을 잃지 않으며, 평화와 비폭력의 부드러움을 통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 녹색당과 함께 지구 곳곳에서 녹색전환을 실현할 것이며, 이 길에 당신을 기쁘게 초대합니다”

 

지난 3월 4일 창당한 녹색당 강령의 한 구절입니다. 사실 제가 녹색당이라는 정당에 대해 안 지는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2000년 낙선운동이 끝나고 정치의 변화란 어떻게 가능할지? 에 대해 고민을 할 때, 녹색당이라는 정당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녹색당은 단지 환경이나 생태에만 관심이 있는 정당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시민운동에 참여해 오면서 꿈꾸던 인권, 평화, 풀뿌리 민주주의, 평등같은 소중한 가치들을 지향하는 정당이었습니다. 유럽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몽골, 대만 등 여러 나라들에 이미 존재하는 정치세력이었습니다.


녹색당, 왜 필요했나?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녹색당이 없었습니다. 녹색당을 만들려는 시도는 몇 번 있었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제도가 만들어 놓은 장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5개 이상 시ㆍ도에서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아야 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정당법상의 조항은 녹색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높은 벽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녹색당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처럼 되었습니다. 그러던 녹색당이 작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다시 얘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한번 해 보자’라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작년 10월 30일날 200명이 조금 넘는 발기인이 모여서 창당발기인대회를 가졌습니다.

소박하게 출발했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녹색당이 절박하게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면, 핵발전 문제를 생각하면 녹색당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핵발전과 같은 문제가 단 한번도 정치의 주요이슈가 된 적이 없었습니다. 핵발전같은 문제가 정치에서 다뤄지지 않으면, 소수의 사람들이 밀실에서 정책을 결정하게 됩니다. 몇몇 전문가와 고위관료, 핵발전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기업들이 정책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좁은 국토에 21개까지 핵발전소가 늘어났고, 그것을 42개까지 늘린다는 국가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업은 정치의 영역에서 소외당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도 정치의 영역에서는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지방자치의 문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도 중앙정치에서는 제대로 얘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녹색당이라는 정당을 통해 소외되고 배제된 얘기들을 정치의 주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생애 최초로 정당가입을 하고 녹색당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창당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12월 20일이 되어서야 당원 숫자가 1,000명이 되었습니다. 한때는 5,000명을 모은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당원가입서를 들고 뛰는 당원들이 많아졌습니다. 곳곳에 귀농하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당원가입을 해 주셨습니다. 대구나 충남같은 지역에서도 녹색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당원가입서를 들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창당을 할 수 있었습니다.


녹색당이 꿈꾸는 정치

창당을 하기 전부터 2-30년을 지속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수시로 이름이 바뀌고 이합집산을 하는 그런 정당이 아니라, 우리들이 바라는 소중한 가치들이 실현될 때까지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정당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창당 직후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핵발전(원자력) 문제처럼 당장 절박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뿐만 아니라 전국이 조력발전소, 댐, 골프장, 케이블카 같은 토건사업으로 파괴되는 것에 급제동을 걸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핵발전소 지역 2군데(경북 영덕/울진/영양/봉화, 부산 해운대/기장)에서 지역구 후보를 냈습니다. 탈핵운동을 해 온 환경운동가, 4대강 사업에 맞서 팔당유기농지를 지켜온 팔당공대위 위원장, 생명의 가치를 추구해 온 여성활동가를 비례대표 후보로 냈습니다. 모두 녹색의 가치를 몸으로 실천해 온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는 정권교체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녹색당같은 정당이 정치에 진입하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우리가 먹는 밥상의 방사능을 걱정하는 정당,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와 영덕 농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정당, 2-30년 후의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정당이 이제는 필요합니다. 녹색당(www.kgreens.org)은 그런 정당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정당투표는 녹색당’이라는 얘기를 당원들 스스로 온라인과 SNS 등을 통해 퍼뜨리고 있습니다.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


** 월간 참여사회 3-4월호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