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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대안/좋은 학교는 어떻게 가능한가?

교사를 다시 교육의 중심에 서게 한 학교 ; 마음이 모이면 학교는 좋아진다





충청남도에 홍성군이라는 고을이 있고, 거기에 홍동면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농업, 농촌, 귀농. 이런 데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곳입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가 있고, 친환경농업이 일찍부터 활성화된 곳이며, 협동조합운동도 활발한 곳입니다.

5년 전쯤에 제가 여기를 지나치는데, 중학교가 하나 있었습니다.

홍동중학교라는 이름의 중학교는 여느 시골 중학교와는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홍동중학교가 몇년 전부터 변하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시작된 변화는 2007년 9월 평교사 출신 교사를 공모교장으로 영입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홍동중학교도 여느 시골 중학교들 처럼 학력중심, 입시 중심의 교육을 해 왔지만, 이 때부터 학교구성원들의 토론과 연수를 거쳐서 <홍동중학교 푸른 꿈 교육과정>을 만듭니다.




<푸른꿈 교육과정>에 따라 홍동중학교에서는 1학년은 ‘진로와 직업’, 2학년은 ‘생태 체험’, 3학년은 ‘인성 교육’을 특성화교과로 편성해서 운영합니다. 그리고 생태 체험, 유적 답사 등 현장 체험 학습도 대폭 늘렸습니다. 방과 후에는 ‘1인2기’를 갖기 위한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모교장으로 취임한 이정로 교장선생님의 역할도 주목할만 합니다. 이정로 교장은 교직원들과 토론하며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고, 지역사회-학부모들과도 토론하고 설득하면서 학교개혁을 끌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1학년 '진로와 직업' 과목 수업도 맡고 있습니다.  '수업하는 교장'인 것입니다.


홍동중학교는 학력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농촌학교의 학생들이 도시학교의 학생들에 비해 학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사교육의 차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차이,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적 지원의 차이에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홍동중학교는 학생의 능력과 소질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화, 수업혁신 등 3개 영역으로 구분해서 대책을 세웠습니다.  그 중 수업혁신만 보더라도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서로를 살리는 협동학습', '표현능력을 향상시키는 토론학습', '지식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 수행방식의 통합교과학습', '체험 중심의 창의적 재량활동'을 통해 수업혁신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홍동중학교는 교사들이 근무하고 싶은 학교,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가 되어 가고 있답니다.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해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학교다운 학교', '교사다운 교사'가 되고 싶은 교사들이 홍동중학교로 오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홍동중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개인적으로 홍동중에서 일하며 감사하는 것은 저를 다시 교육의 중심에 서게 했다는 거죠. 큰 학교에 있다가 재작년에 이 학교로 왔는데 그동안 교사로 잊고 살았던 것을 다시 생각하며 실천해 나가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학교를 바꾸다(우리교육, 2010) 254쪽에서 인용).

그리고 홍성 읍내의 학생이 홍동중학교로 전학오는 사례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학교가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홍동중학교가 바뀌게 된 것은, 결국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의 마음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좋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모이고 열정이 모이면서 좋은 공모교장을 모셔올 수 있었고, 그것이 학교개혁의 큰 계기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공모교장이 온 이후에도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협력하면서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홍동중학교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