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쟁에 익숙해 있습니다.
'협동'이라는 단어는 농업협동조합같은 간판에서나 사용됩니다. 협동이라는 말을 써도 별로 진정성이 없습니다.
교육에서는 철저히 '경쟁'이라는 논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교사들 중에는 더이상 경쟁학습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서울 구현고등학교의 김현섭 선생님도 그런 교사들 중 한 분입니다. 최근에 김현섭 선생님으로부터 협동학습에 관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김현섭 선생님은 일단 우리사회의 학생과 교사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좋은 수업'이 되려면, 학생과 교사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김현섭 선생님은 '불편한 진실'을 얘기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은 학습할 의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교육학에서 가르치는 것과 달리 현실의 학생들은 이런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간의 엇나감을 막으려면 교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수업시간에 재미없으면 떠들 수도 있다.
숙제를 해 온 아이가 이상하다?
학생들이 수업준비물을 챙겨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일제학습 방식의 수업을 하는데, 30분 이상 눈빛이 초롱초롱한 학생이 이상한 것이다(연구결과에 의하면, 초등학교 저학년은 5분, 고학년은 10분, 중학생은 15분, 고등학생은 20분 정도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은 아닙니다. 모두가 근거가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김현섭 선생님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어서, 그리고 이론적으로 밝혀진 것을 통해서 이런 이야기들이 당연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호주에 가면 학습준비물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산으로 구입해서 비치를 하고 있으니까요.
중국에 있는 국제학교에 갔더니 수업시간에 애들이 복도에 나와 삼삼오오 모여서 학습과제를 풀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교실에서 하는 것보다 복도에 나와서 하는 게 좋으면 그렇게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김현섭 선생님은 교사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이런 전제위에서 '가르침보다는 배움이 우선이다'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선생님은 열심히 진도를 나가지만 아이들은 별로 배운 것이 없다고 느낀다면, 학생입장에서 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현섭 선생님은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학생입장에서 학습효과를 조사해 봤더니, 읽기만 하는 경우에는 10%밖에 학습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듣기만 하는 경우에는 30%, 보면서 들은 경우에는 50%, 아이들이 아이들에게 직접 말하게 하면 80%, 활동하면서 말하게 하면 90%의 학습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24시간이 지난 다음에 학습효과를 조사해 보면, 듣기만 한 경우는 5%밖에 학습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면서 들은 경우에는 20%, 내가 직접 그 수업을 통해서 이야기한 경우에는 50%, 내가 깨달은 바를 다른 친구에게 가르친 경우에는 90%의 학습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현섭 선생님은 왜 '교사만 공부하느냐'고 말합니다. 일방적인 강의 방식의 수업을 하면 제일 많이 공부가 되는 것은 교사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자기가 수업을 준비하고 말하면서 교사는 머리속이 정리가 되지만, 학생들은 학습효과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현섭 선생님은 기본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제학습, 개별학습, 경쟁학습, 협동학습중에서, 협동학습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제학습은 지금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아직도 주를 이루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문제점을 더 얘기 안 해도 될 것입니다.
맞춤형 학습(그룹과외, 개인과외, 수준별수업)은 학급당 인원수가 적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학급당 인원수로는 개별학습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사결과에 의하더라도, 수준별 학습의 학습효과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너의 성공이 나의 실패'가 되는 경쟁학습은 아이들간의 관계가 깨어질 수밖에 없고, 경쟁에서 뒤쳐진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수월성’, ‘선진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이 경쟁학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김현섭 선생님이 보기에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방향은 소위 말하는 20:80 중에서 창조적 소수인 20%에 20%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서 그 아이들을 미래의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수 있는 인재로 키운다는 생각에 바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논리가 맞으려면 그 20의 아이들이 나머지 80을 먹여살릴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너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 되는 협동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앞서 나온 것처럼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방식이 가장 학습효과가 높다는 것도 협동학습의 장점을 보여줍니다.
물론 실제 수업을 할 때에는, 네가지 학습구조를 골고루 쓸 수밖에 없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정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김현섭 선생님이 생각하는 기본방향은 '교사중심 수업에서 학생중심 수업으로', '승패전략에서 승승전략으로' '경쟁학습에서 협동학습으로'입니다.
우리 교육현실을 생각하면, 경청해야 할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섭 선생님의 열정적인 소리를 직접 듣고 싶은 분은 아래의 동영상을 한번 보시면 좋을 것같습니다.
교사와 학생을 모두 춤추게 하는 협동수업 (김현섭 : 서울 구현고 교사) from ThinkCafe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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