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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들의 눈으로

스승의 날을 지나며 - 스승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제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작년까지 대학에서 4년 정도 선생노릇을 했다는 이유로 어제 몇몇 학생들이 제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냈습니다. 잊지 않고 연락을 준 것에 감사하지만, 저 스스로에게는 부끄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런 전화나 문자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자신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는 교사입니다. 교사를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으니까, 경력이 꽤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올해는 유독 힘들어 합니다. 계속 인문계 고등학교에 있다가 올해부터 중학교로 옮겼는데, 가난한 아이들이 많은 학교라서 교육복지업무에 담임을 하느라 늘 일이 많아서 집에까지 일을 싸 가지고 옵니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났더니, 먼저 일어나서 수업준비를 하고 있네요.

교수든 교사든 제대로 하려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렇게 충실하지는 못했습니다. 열심히 교육을 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늘 아쉬움이 남았고, 교수를 그만두게 된 이유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교수를 할거면 더 열심히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든지 아니면 그만두든지,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던 면이 있습니다.


교사나 정규직 교수는 자칫 잘못하면 안주하게 되기 쉽습니다. 요즘같이 불안한 사회에서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직장'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교수는 여러가지 특혜가 많습니다. '연구년', '안식년'이라는 이름으로 몇년에 한번 1년을 외국에 가거나 강의없이 보낼 수 있지요. 또 이상하게 '교수'라고 하면 무조건 대우를 해 주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화 때문에 여러 자리에 불려다닐 수 있지요. 각종 연구용역 등의 명목으로 부수입도 챙길 수 있지요.

그러다보니 무사안일에 빠지거나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교수들이 많은 것같습니다.
학생들은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해 하지만, 교수들중 상당수는 그 학생들과 무관하게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상호소통이나 진실어린 대화는 어려울 겁니다.

물론 훌륭한 교수, 훌륭한 교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있어서 완전히 절망하지는 않을 수 있는 것같습니다.

저도 존경하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연락드리지 못한 지 너무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늘 그 선생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한답니다. 스승의 날을 보낸 후에 두서없이 써 본 얘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