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의 세상스케치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왜 노숙자가 될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31. 11:25






2000년 4월 세네갈 다커에서 열린 UNESCO 세계교육포럼에서는 “모든 이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EFA)"이라는 권고문을 채택했다.


이는 세계 모든 국가가 나이, 성, 계층, 지역, 개인적인 성격이나 열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평등한 양과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 제안은 연간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는 숫자만으로도 2만 여명에 이르는 우리 교육적 상황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학교만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집과 지역사회를 떠나 길 위의 세상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가정으로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찰청의 `2008년 가출 청소년(14∼19세) 신고현황'에 따르면 가출신고가 접수된 청소년은 1만5천337명이지만, 2006년 국가청소년위원회(현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가출 청소년의 수를 약 1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6년에 전국 53개소의 청소년쉼터에 찾아온 414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가출 시기와 동기 등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첫 가출시기는 13세 이하가 50.3%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14∼16세가 39.5%, 17∼19세가 9.9%를 차지했다.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가출은 시작되는 것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와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지난 200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가출청소년 중 81.5%가 잠잘 곳이 없거나 끼니를 거르는 등 생활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여자가출청소년의 7.9%는 용돈을 구하기 위해 성매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남자 역시 2.5%가 성매매로 용돈을 마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출청소년들은 어디에서 잠을 잘까? 

가장 먼저 잠잘 수 있는 곳으로는 친한 친구집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찜질방이나 PC방에서 자거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에서 잠을 자지 않고 버티다가 날이 밝으면 지하철 역 등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돈이 없을 경우는 대부분 빈집이나 가출청소년들이 기거하고 있는 아지트를 인터넷 등을 통해 알아내 이동하기도 하지만 그 숫자는 그리 많지 못하다.

이런 가출청소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소년 쉼터라는 곳이 있지만 그 숫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가출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가출 이유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구속이 싫어서’ 혹은 ‘자유롭고 싶어서’가출한 청소년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청소년 노숙자들은 청소년 쉼터 같은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굶거나 길에서 자더라도, 혹은 범죄나 비행을 저지르더라도,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상황이 오더라도 쉼터 입소를 거부한다.

이런 청소년들은 비교적 분명하고 논리적으로 자기주장을 할 수 있으며, 자존감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고, 자신들의 동의 없이는 청소년 쉼터 등의 시설에 입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 범죄사실이 없는 경우 경찰서에 가더라도 바로 훈방조치 되는 등도 경험을 통해 자세히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규칙과 실무자들에게 저항하는 경향이 가장 강해 실무자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시설에서도 이들을 받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UNICEF는 이들을 전체 가출청소년의 대략 5%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며, 방치하면 대부분 성인 노숙자로 성장할 우려가 있다.

청소년 노숙자가 된 경우 아주 어린 나이에 가출을 시작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이나 가족과의 연결이 끊어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민등록 말소,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건강 및 영양상태가 좋지 못 할 뿐만 아니라 낮은 학력, 불건전한 생활태도와 생존방식(앵버리, 구걸, 절도, 성매매)등을 보이기도 한다. 

성인 노숙자들에게 종종 보여 지는 것처럼, 이들도 가출 초기에 나타나는 불안이 가출기간이 길어지고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들을 무조건 보호시설로 입소시킬 경우 보호시설이나 국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에 거부감을 느껴 오히려 보호시설에 대해 기피하게 되어 더 어두운 곳으로 숨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어쨌든 지금의 상황을 보면 가출청소년들 중에서 일부는 청소년 노숙자로 되고 있다.

가출이 청소년 노숙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부터 필요하다.

가출청소년을 가출청소년으로 보기 이전에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며, 이들에게 가출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누리고 있는 똑같은 권리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고민들이 필요하다.

적어도 어떤 형태로든 교육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들도 인간이자 청소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