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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이런 학교가 있었네요 - 무감독 시험을 치르고 낙제한 아이들을 격려한 교장선생님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5. 18. 09:51

'우리교육'이라는 잡지가 있습니다. 우리교육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낸 기념호를 훑어보다가 좋은 이야기를 하나 발견했네요.



전교조 위원장도 맡으셨던 정해숙 선생님이 간디학교에서 한 강연내용중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요즘 전교조를 표적으로 갖은 얘기를 하는 정치인들이 있지만, 제가 보기에 그 정치인들보다는, 특히 대학교수를 하다가 정치를 하는 조전혁 의원같은 폴리페서보다는 전교조의 많은 교사들이 더 훌륭한 교육자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정해숙 선생님 강연중에 나오는 소중한 일화를 하나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정해숙 선생님은 처음에는 수학교사를 하다가 자원을 해서 사서교사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사서교사 연수를 마치고 인천에 있는 제물포 고등학교에 견학을 갔었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 초반에 그 학교를 견학하면서 놀라운 광경을 보았고 또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이것이 정해숙 선생님은 자신의 교사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는데요.

당시에 인천 제물포 고등학교에는 무감독 시험이라는 게 있었답니다. 중간, 기말고사 시험에 교사들이 시험감독을 하지 않고 시험을 치른다는 것이었는데요.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시험지만 나눠주고 다 돌린 걸 확인하고는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으로써 학생들이 양심껏 시험을 보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해숙 선생님은 그 광경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합니다. 교사와 학생간에 신뢰가 얼마나 깊으면 무감독시험을 치를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랬답니다.

그런데 무감독시험을 치른 첫 해에 낙제생이 여섯명 나왔답니다. 낙제가 될 망정 컨닝을 하지 않은 학생들이었던 거지요.

그런데 당시의 교장선생님은 낙제한 학생들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교장실로 초대했답니다. 낙제한 학생들은 낯을 들지 못하는데,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격려하셨다네요.

"나는 오늘 정말 기쁜 날이다. 나는 여러분과 같은 학생이 있다는 게 이 교단생활의 보람이다. 너희는 나를 기쁘게 해 주었다. 나는 그래서 너희가 올바른 양심을 더욱더 잘 키워 나가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해 재시험 기회를 주고 싶구나"

고개를 못들고 있던 그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재시험을 치러 모두 다 상급학년으로 진학했었다네요.

1960년대 초반의 이야기라는데, 지금도 가슴에 남는 것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교육의 바탕은 믿음과 그 믿음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