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의 세상스케치

인권교육받은 사람없어요! - 청소년들과의 솔직토크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2. 7. 10:30

 

 


** 학생인권을 둘러싼 얘기들이 무성하지만, 정작 청소년 본인들의 얘기를 들을 기회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비록 작년 8월달 이야기이지만, 경기도 어느 도시에서 진행된 청소년들 6명과 간담회 내용을 소개합니다. 솔직하고 생생한 청소년들의 얘기입니다.



먼저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는데, 6명 중에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받아본 청소년은 아무도 없었다.

인권교육을 받아 보지 않은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보충 및 야간자율학습 동의서를 제출하고 있는지에 대해 청소년들은 각자 다른 경험들을 이야기 했다.

“선생님마다 달라요. 그리고 보충이냐 야간자율학습이냐에 따라서도 선생님의 반응이 다르고요.”

“보충수업은 의무사항이고, 야간자율학습은 다소 융통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거의 강제적이라고 봐도 무방 할거예요. 그냥 형식상 받는 거지...”

“야간자율학습 안한다고 체크했다가 담임한테 맞은 친구도 있어요.”

“저희 담임은 그 자리에서 바로 체크하라고 해요. 담임이 ‘어차피 반대하면 학생부에 집으로 연락하는데 그냥 해라.’ 하시거든요. 그럼 부모님한테 신청서가 가기도 전에 학교에서 나누어 줌과 동시에 그냥 ‘찬성’체크하는 거죠”

“저희는 집으로는 보내요. 그래봤자 제 의사는 그냥 묵살되지요. 간혹 부모님께 안한다고 하면 인정하는 눈치도 보이시지만, 담임과 문제발생하면 복잡해지고, 귀찮으시니깐 얘기 안해요. 얘기하더라도 어차피 그냥 하라고 해요. 뭐 복잡하니깐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거죠.”

“부모님은 학교에서 잘 관리해 준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야자시간에 공부만 하는 애들이 어딨어요. 딴 짓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학교는 의심 없이 믿으면서 왜 자식은 못 믿는 건지... 정말 야자 하기 싫을 땐 정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들거든요.”

“야자, 보충 안한다고 하면 수치스러울 만큼 체벌을 가해요. 때리는 것보다 더 수치스러운 말로 마음에 대못을 박지요. 여학생은 울리기도 하고, 부모님께 전화해서 협박하기도 하고... 불이익 당한다고... 그럼 짤 없어요. 그냥 해야지.”




아이들에게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에 대한 선택권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었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하기 싫은 것을 ‘하기 싫다’고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아이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부모님께 전화한다’는 협박이 제일 싫다고 이야기 하는 아이들...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의 선택권 앞에서 부모와 학교는 너무나 거대한 산이었다. 


학교에서의 차별 중에서 가장 기분 나쁜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학교차별은 선생님에 따라 개인차이가 크기는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이구동성으로 ‘성적’이라고 말했다.


“공부 잘하는 애들과 못하는 애들은 선생님이 이름 부르는 것부터가 달라요. 공부 잘하는 애들은 이름 부르면서 공부 못하는 애들은 ‘야, 너...’ 뭐 이런 식이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웬만해선 혼도 안네요. 뭐 공부 잘하니까 잘하겠지... 뭐 그런 이상한 믿음?.... 그런데 공부 못하는 애들은 뭐 하나 걸리기만 해라예요. ‘너 그럴 줄 알았다. 넌 공부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뭐 이런 식이죠. 정말 얼마나 기분 나쁜지... 뭐 누군 잘못하고 싶어서 하나? 그런데 용서고 관용이고 뭐 그런 건 공부 못하는 애들한테는 그림의 떡이죠.”

 


아이들에게 성적은 가장 뛰어 넘기 힘든 장벽이었다. 성적 때문에 주눅 든 상처는 마음까지 병들게 만들고 있었고,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선생님의 욕에 열 받고,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자괴감으로 적개심에 불타게 만드는 성적차별... 


이런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동아리활동이요? 뭐 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하면 성적 떨어진다고 가입하는 것을 엄청 싫어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리활동해서 상이라도 받게 되면 학교에서 대우가 달라지요. 엄청 칭찬한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동아리 아이들이나 선생님이나 다들 ‘대회~ 대회~ 노래를 불러요. 그런데 상 못 받으면 그날로 완전 미운오리새끼죠.”

“동아리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건 담당 선생님 구하기가 힘들어서 예요. 동아리가입하려면 담당교사가 있어야 하는데 선생님들이 다 귀찮아해요. 공부와 무관한 동아리는 아예 담당(책임)선생님을 구할 수가 없어요. 선생님들의 무관심 그게 가장 큰 문제예요.”

“나쁜 짓도 아니고 하고 싶은 활동한다는데 굳이 담당선생님이 있어야 하는 건가요? 담당선생님 어렵게 구하면 뭐해요. 해주는 건 없는데... 대부분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해야 해주세요. 동아리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신경도 안 써요. 그런데 동아리 담당선생님이 뭔 필요가 있겠어요. 그런데 왜 동아리 가입조건에 담당선생님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아이들은 동아리가 활성화 되지 않는 이유를 ‘담당선생님’의 역할부재와 동아리를 담당해 줄 선생님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실이었다. 많은 청소년들이 동아리 가입을 하고 싶어도 담당선생님이 없어 가입기간에 신청서를 내지 못하고 있었고, 어렵게 담당선생님을 구하더라도 동아리활동에 대한 지원이나 관심을 가져주시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았다.


** 이 이야기는 계속해서 연재합니다. 이 얘기를 정리해 주신 몽당연필 선생님은 10년 이상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청소년들과 같이 다양한 활동을 만들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