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들의 눈으로

무상급식이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라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2. 3. 12:12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조례안을 의결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의 탈을 씌워 앞세우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정책은 거부하겠다"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시장으로서 무상급식에 정책적으로 반대할 수는 있다고 보지만, 쓰는 단어들이 너무 적절하지 않고 수준낮습니다.

무상급식이 망국적 정책인가요?

급식은 교육의 일환이고 교육에서 무상교육을 폭넓게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많습니다. 스웨덴, 핀란드 같은 국가들은 이미 100% 무상급식을 실시해 왔습니다. 오세훈 시장에 따르면 이런 나라들은 모두 망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스웨덴, 핀란드는 미국같은 나라보다 훨씬 높은 삶의 질과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제적인 비교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결과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국가별 무상급식 지원현황>


 
그리고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갈등만 부추기는 선동적인 발언에 불과합니다.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을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라고 말한다면, 반대쪽에서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디자인 서울이니 한강르네상스니 하면서 각종 전시성 사업에 돈을 쓰고 있는 것이야 말로 포퓰리즘 정책의 전형이다. 4대강 사업에 엄청난 국가예산을 쏟아 붇고 오세훈 시장이 그에 동조하여 한강운하 운운하면서 예산과 행정력을 쏟아붇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결국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갈등만 불러일으킬 뿐, 서울시에 사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입니다.

게다가 오세훈 시장은 아예 서울시의회와 협력하지 않겠다고 했답니다. 이는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오세훈 시장의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합니다.

사실 오세훈 시장의 지난 4년의 임기 동안에는 한나라당이 90% 이상을 차지한 시의회가 오세훈 시장의 뜻대로 움직였기 때문에, 오세훈 시장은 민주적인 행정이라는 것을 해 보지 못했습니다. 시장이 만인지상으로 행세하는 4년을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세훈 시장이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지? 는 검증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과 같은 정당 소속 시의원들이 90%가 넘는 허수아비 시의회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여소야대의 시의회가 구성되고 시장과 시의회가 정책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지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와 협력해 가면서 합리적인 조정을 해 나갈 능력과 자질이 없다면, 오세훈 시장은 정치지도자로서는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면 차라리 시민들에게 물어보는게 나을 것입니다. 시장이 시의회와 싸우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면 될 것입니다.

과연 서울시의 예산으로 무상급식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인지는 서울시 예산을 가지고 토론을 해 보면 결론이 나올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렇게 하는 게 시민에 대한 예의입니다. 아이들에 대한 예의입니다. 

누가 망국적이고 누가 포퓰리즘인지? 라는 식의 비생산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자신의 논리로 설득하는 그런 시장을 우리 사회는 필요로 합니다. 오세훈 시장은 그걸 알아야 합니다.